태초, 세상엔 이름이 없었다.
There was no name in the beginning of the world.
시간도, 빛도, 생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Neither time, nor light, nor life existed.
오직 '그분'만이 있었다.
Only "He" existed.
그는 '해명(解明)'.
He was Haemyung.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자.
One who exists yet does not exist.
이름 없는 고요 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꿈을 꾸었다.
In the nameless silence, he dreamed for the first time.
그 꿈은 사랑이었다.
That dream was love.
진흙에 숨을 불어넣고, 어둠에 마음을 심었다.
He breathed life into clay and planted heart into darkness.
그렇게 '인간'이 태어났다.
Thus, 'humanity' was born.
하지만 사랑은 균열을 낳는다.
But love gives birth to cracks.
해명의 곁에 있던 자, 나스티스는
The one who stood beside Haemyung, Nastis,
그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could not understand that love.
"왜 너는 그들을 선택했는가.
Why did you choose them?
왜 그 연약함을 너는 품는가."
Why do you embrace their weakness?"
시기와 질투가 타락으로 번졌다.
Jealousy and envy became corruption.
나스티스는 스스로를 질서라 불렀고,
Nastis called himself Order,
스스로를 신이라 칭했다.
and named himself God.
그리고 인간에게 속삭였다.
And he whispered to mankind:
"너 자신을 섬겨라.
Worship yourself.
죄를 지어야 자유를 알게 되리라."
Only through sin will you know freedom."
그 순간, 세상에 8개의 문이 열렸다.
At that moment, eight gates opened in the world.
탐욕, 교만, 분노, 질투, 나태, 폭식, 음욕, 오만—
Greed, Pride, Wrath, Envy, Sloth, Gluttony, Lust, Arrogance—
그 문을 통해 8개의 교(敎)가 태어났다.
Through those gates, eight doctrines were born.
각 교는 다른 이름으로 신을 부르고,
Each doctrine called God by a different name,
서로의 신전을 불태웠다.
and burned each other's temples.
전쟁, 해탈, 심판, 윤회, 계율, 침묵, 속죄, 지배.
War, Salvation, Judgment, Reincarnation, Law, Silence, Atonement, Domination.
이 모든 이념은 진리를 가장한 껍데기에 불과했다.
All of these were hollow shells disguised as truth.
해명은 침묵했다.
Haemyung remained silent.
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았다.
But he never left.
시대마다 하나의 성인을 내려보냈다.
In each era, he sent down a saint.
빛의 조각, 구원의 메아리.
A fragment of light, an echo of salvation.
그들은 인간이 망각한 것을 기억하게 하려 했다.
They came to remind humans of what they had forgotten.
그러나 나스티스는 그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But Nastis did not leave them alone.
그는 그들마저 타락시켰고,
He corrupted even them,
그들은 피 속으로 사라졌다.
and they vanished into blood.
이 세상은, 다시 죄로 썩어갔다.
Once more, the world decayed in sin.
세월이 흘렀다.
Time passed.
8개의 교는 제국이 되었고,
The eight doctrines became empires,
진리는 권력이 되었다.
and truth became power.
남은 것은 죄와 고통뿐이었다.
All that remained were sin and suffering.
그때, 해명은 다시 눈을 떴다.
Then, Haemyung opened his eyes again.
이번엔 조각이 아닌,
This time, not a fragment—
그 자신이 내려왔다.
but himself descended.
"나는 잊힌 것이 아니었다.
I was not forgotten.
나는 되돌아올 존재였으며,
I was the one who would return.
나는 기억이고, 생명이며,
I am memory, I am life,
상생이다."
I am coexistence."
그리하여, 아홉 번째 탄생이 시작되었다.
Thus began the Ninth Descent.
그는 아직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He does not yet know who he is.
하지만 그의 기억이 깨어나는 순간,
But the moment his memory awakens,
모든 교는 침묵할 것이고,
all doctrines will fall silent,
모든 죄는 이름을 갖게 될 것이다.
and all sins will be named.
『팔성기』
– 서막: 해명의 귀환 –
– Prologue: The Return of Haemyung –
📌 이 번역은 직역형이며, 원문의 흐름과 상징을 유지한 창작물입니다.